시대적 배경
"겟: 비비안 암살렘의 재판(Gett, the Trial of Vivane Amsalem)"은 2014년에 개봉한 이스라엘 영화로 비비안 암살렘이 남편과의 이혼을 위해 이스라엘 법원에서 벌이는 법적 투쟁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유대교 종교법(할라카)에 따라 결혼과 이혼이 처리됩니다. 이혼을 위해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겟(Gett)'이라는 이혼 증서를 자발적으로 제공해야 이혼이 성립됩니다. 이 겟은 남편이 동의하지 않으면 발급될 수 없으며, 이를 거부하는 남편을 '겟을 주지 않는 남편'이라 부릅니다. 남편이 겟 발급을 거부하면, 아내는 법적으로 다른 남자와 결혼하거나 새 삶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여성은 사실상 '갇힌 아내(Agunah)' 상태가 됩니다. 이 문제는 유대교 내부에서도 논쟁의 대상이며, 현대 사회에서 성 평등 문제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세속법과 종교법이 혼합된 법률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과 이혼은 종교법원의 관할이며, 판결은 유대교 종교법에 근거합니다. 종교 법원은 주로 남성들이 판사 역할을 맡아 운영됩니다. 세속 법원은 종교 법원에 개입할 수 없으므로 여성들이 이혼 문제에서 겪는 고통은 종교적 판결에 따라 해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유대교 전통에서 남편은 아내의 보호자 역할을 하며, 남편이 이혼을 거부할 경우 여성은 법적으로 무력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종종 남편이 아내를 통제하거나 복수를 목적으로 겟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이러한 이스라엘의 법률 체계로 인해 여성은 종교적 규정에 의해 결혼과 이혼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약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줄거리
영화는 비비안 암살렘이 남편 엘리샤와 오랜 결혼 생활을 이어온 끝에, 더 이상 이 결혼을 지속할 수 없다고 느껴 이혼을 결심한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엘리샤는 매우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남성으로 가정 내에세 아내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고, 그녀의 감정을 무시하는 남편입니다. 비비안은 결혼생활이 사실상 깨졌으며, 더 이상 엘리샤와 함께할 수 없음을 주장하며 이혼을 요구하지만, 엘리샤는 결혼은 신성한 의무이므로 아내의 이혼요구를 거부합니다.
비비안은 이혼을 하기 위해 종교법원에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녀는 결혼 생활이 무너졌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이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이혼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며, 결혼 생활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합니다. 법정에서는 비비안과 엘리샤의 가족, 친구, 이웃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결혼 생활에 대한 진술을 하게됩니다. 어떤 증인은 비비안이 남편에게 순종하지 않았다고 비판을 하고, 또 다른 증인은 남편이 가정에서 아내를 무시하고 외면했다고 증언하는 등 증인들의 진술은 서로 엇갈리고, 이 부부의 결혼 생활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남성중심적인 종교법원은 아내 비비안의 목소리는 묵살하며 결혼 유지에 촞점을 맞추고, 이혼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재판을 진행합니다.
재판이 계속될수록 비비안과 엘리샤의 긴장은 극에 달합니다. 비비안은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싸우지만, 법정은 그녀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그녀는 점점 더 고립되고 절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남편 엘리샤는 법정에서도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며 이혼에 대해 강한 거부감만 표시하게 되어 아내에게 더욱 큰 고통을 주게 됩니다.
남편 엘리샤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내를 통제하려 하지만 수년간의 법정 투쟁긑에 마침내 겟을 제공하기로 동의합니다. 비비안은 결국 법적 자유를 얻어냈지만, 소송 과정에서 겪은 상처와 고통만이 남게 됩니다.
시사점과 의의
영화 '겟: 비비안 암살렘의 재판'은 단순한 법정 드라마를 넘어 이스라엘 사회의 종교적, 법적, 사회적 구조에 얽힌 문제를 조명하며, 그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어떻게 제한되는지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1) 억압적 구조 속 개인의 자유와 투쟁
이스라엘의 종교법은 남성 중심적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합니다. 비비안이 남편의 동의 없이는 이혼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녀의 인간적 자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비비안은 단순히 이혼을 원하는 개인이 아니라, 억압적인 체제에 도전하는 상징적 인물임과 동시에 그녀의 법적 투쟁은 다른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한 현실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2) 법과 종교의 한계
영화는 종교적 원칙이 법률 체계의 기초가 될 때 나타나는 부조리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종교법원은 할라카라는 종교적 원칙에 따라 판단하며, 이를 변경하거나 거스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종교적 가치가 시대적 요구와 충돌할 때 개인의 권리는 심각하게 훼손되고 희생될 수 있습니다. 또한 남편이 동의해야만 이혼이 가능하는 시대착오적인 규칙은 법 앞에 모든 이가 평등하다라는 시대의 대원칙에 모순되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3)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
영화는 남성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사회시스템이 여성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 지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비비안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들이 종교적, 법적, 사회적 제도 속에서 얼마나 억압받고 있는지 보여주며, 그녀의 좌절과 분노는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억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4) 침묵과 고집의 상징성
영화에서 남편 엘리샤는 끊임없이 침묵하거나 고집스럽게 자신의 입장을 고수합니다. 자신이 법적 권력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침묵을 통해 비비안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그의 행동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억압적 상황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게 되는 지 알 수 있게 보여줍니다. 반대로 비비안은 목소리를 내고 싸우지만 여성의 목소리가 통하지 않는 현실을 상징하듯, 법정 내에서 종종 묵살되곤 합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법과 종교는 인간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도구가 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되는가?, 잘못된 전통과 관습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무엇을 희생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라고 말합니다.